이기주작가님의 [언어의 온도]에는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서술한 저자 이디스 에바의 언어의 온도는 어느 정도일까?
책은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기 주저하는 망설임이 가득한 언어로 쓰여졌다. 하지만, 그 망설임의 언어는 때로는 내 입술의 언어로 표현되어 질때 차가움이 되기도하고 두려움이되기도 하고 뜨거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 언어의 온도는 누군가를 위한 언어가 아니라
나 자신만을 위한,
내가 단단히 걸어 나가기 위한
나의 언어, 나의 온도가 되어져야 할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혹은 나를 둘러싼 환경에 의하여
벗어날 수 없는 두려움과 걍팍함과 족쇄와도 같은 단단한
철책에 둘러 쌓인것만 같은 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슬로바키아 지역에서 태어난 저자(헝가리민족이지만 유태인)의 어렸을 적 전쟁의 경험부터 아우슈비츠의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기까지의 초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몸은 벗어났지만 그의 정신과 마음과 생각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그녀의 삶이 어떤 과정을 이루어가며 그녀를 살게 했는지
그녀를 지금의 인정받고 존경받는 정신과 닥터가 되게 했는지
그 모든 상황에 대한 기록이며
개인의 삶에 대한 회고이며
살아 남은 자로서의 미래일기이다.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후 포로수용소의 종료가 결정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저자 디추커(헝가리식 이름)는 마그다언니의 보호 아래 어렵고 힘든 포로수용소 생활을 견딘다. 카포(독일군)들의 횡포에도 엄마를 죽인 멩겔레박사의 조롱에도 견뎌낸다.
"오늘하루 살아서 감사함"을 느끼며 그렇게견딘다. 그렇지만 그렇게 견디고 살아 남았을때 더 큰 고통과 힘겨움이 찾아온다.
생존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할때는 '하지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제 '하지만'이 우르르 몰려온다. 우리에게 먹을 빵이 있다. '그래, 하지만 무일푼이지.' 살이 붙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 하지만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 너는 살아남았어.'그래, 하지만 우리 엄마는 죽었지.-p.127
살아남으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살아남은 것 자체만으로도 죄책감을 가진다.
약혼자 에릭은 포로수용소 해방 전날 총살당했다.
엄마는 멩겔레박사에 의해 죽임당했다.
나와 같은 방을 쓰던 아이들도 죽임당했다.
왜 내가 살아남은 것일까?
지속적으로 '삶의 의미'
"살아남은 자로서의 생존"의 의미에 대한
두려움과 공허함이 짓누른다.
자유가 주는 아이러니는 희망과 목적의식을 더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p.144
어디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하는가?
생존이 아닌 이제는 살아남은 자로서의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전쟁의 소음과 환각과 꿈은
디추커를 괴롭힌다.
19살에 27살인 벨러를 만나 주위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을 했다. 그가 주는 사랑으로 회복되어 가는 듯했고 사랑이 주는 만족감은 또 다른 삶의 의미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시상황이었다.
첫아이 마리안느를 출산하고 미국으로의 이민을 결정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 고된 이민자의 삶을 살아냈다.
소외는 나의 만성적 상태다. 심지어 유대인 이민자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도 그러하다.-p.219
홀대와 차별 속에서의 삶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조금씩 마음은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마음속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살아남은 이유, 생존의 의미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내가 겪은 시련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삶의 가장 힘든 부분들을 견뎌내고 더 많은 열정과 기쁨을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p266
학업을 결정하고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시작한 저자, 이제 이디스가 된 디추커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에도 자신에게 마음감옥이 되고 있음을 깨닫고 그 감옥을 점차 허물어간다.
그 사이 둘째, 셋째의 탄생 그리고 벨러와의 이혼이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에도 이디스는 조금씩 나아갔다.
교사가 되었고 임상교육을 받았고
무엇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과 친구가 되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마우트하우젠에서도, '죽음의 행군'에서도, 나는 내면의 세계에 의지하여 살아남았다. 나는 굶주림과 고문과 죽음에 둘러싸였을 때조차도 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에서 희망과 신념을 발견했다. -p.217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며 서로의 '살아남음'을 인정하며
그렇게 무엇보다 소중한 삶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디스는 회중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담히 말할 수 있는 강연자가 되었고 정신과 닥터가 되었고
그토록 가고 싶지 않던 그 곳. 아우슈비츠에 돌아가 자신을 마주했다.
엄마와 마주했고 그곳에 남은 자신의 모습에 행복한 안녕을 말한다.
'안녕.' 나는 말한다. '고마워' 삶을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마침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p391
지난 한 주간 몸이 너무 아프면서
주변사람들을 찬찬히 다시 생각해보고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아픈 나에게 집중했다.
아픈 나는 관심이 필요했고 사랑이 필요했다.
누군가의 진심어린 한마디에 눈물이 났고
누군가의 무관심한 한마디에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들로 부터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차단하기'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평을 쓰기 위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마음을, 그 상황을 돌아보게 하였다.
오로지
나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내 마음에
내가 차단하고 있는 관심이라는 단단한 벽은
나를 지키기 위한 벽이 아니라
나를 고통속에 가두는 벽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의 무수한 고통과 좌절과 우울감에
그리고 그녀가 풀어내준
고통의 언어들과 상실의 언어들과 우울의 언어들에
깊은 공감을 두며
이제는 내 삶을 살아가는데 집중해보기로 한다.
'우리는 자신을 감옥에 가두기로 선택할 수 있다.
또는 자유로워지기로 선택할 수 있다.'-p.291
고통은 필연적이고 보편적이다. p.283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불편한 경험을 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항상 얻지는 못한다. 이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의 일부다. p.285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가 [#안진희]님께
깊은 감사드린다. 섬세한 번역에 어색한 번역을
느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최상의 번역을 이끌어 내신것 같다.
#위즈덤하우스 에서 또 한 번의 큰 책을
이루어 내심을 축하드리며 가제본을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린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읽은 책 :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가제본)
지은이: 이디스 에바 에거
옮긴이 : 안진희
펴낸곳 : 위즈덤하우스
읽은책 : 가제본 / 총 409페이지
더불어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
1. #빅터프랭클 #죽음의수용소에서
포로수용소에 들어갈 당시 39세, 유명한 정신과 의사였지만 포로수용소에서는 그저 포로일뿐. 살아남는 것만이 의미라 여겼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살아남고나서 알게된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꼭 읽어보기를!
2. #완벽한아이 #모드쥘리앵
저자 모드의 자전적 소설, 부모님의 삐뚤어진 가정교육과 정서적학대속에서 성장한 그녀가 그녀의 삶을 마주하며 성장해 나간 또 하나의 마음감옥을 탈출한 이야기. 그녀의 삶이 너무 괴롭지만 마지막을 향해 읽어나가기를~ !
https://blog.naver.com/enjoykimmi/222233248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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